[워킹스튜디오] 이정현
이야기가 있는 사진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진 일을 하고 있는 이정현입니다. 원래는 6~7년 정도 영어 강사로 일하다가 회의감이 들어 그만두고 쉬는 사이에 일로 사진을 찍게 됐어요. 공식적으로 <워킹스튜디오>로 활동한 건 2017년 10월이었으니까 3년 정도가 됐네요.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걸 좋아하고, 틀에 박히거나 유행만 쫓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건 얘기하면 너무 길어질텐데 저는 외국에서 학교를 나왔어요. 20대 때는 특기를 살려 영어 강사로 일했는데, 일에 회의감이 들어서 그만두고 2년 정도 세계여행을 다녔어요. 그렇게 스페인에서 사진을 찍게 된 게 일로서의 시작이었어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계획은 다시 유럽으로 나가는 거였는데 한국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한국에서 사진작가로 살게 됐습니다.

 

<워킹스튜디오>의 시작도 궁금해요!

제가 예전부터 걸어 다니는 걸 좋아했거든요. 세계여행을 떠나면서는 내가 사진을 평생 업으로 삼을 것인가 고민하고 시험해보고 싶었는데, 그 방법으로 각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후원을 받았죠. 첫 행선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와 숙소를 해결하고 도착했을 때 통장에 남아있던 돈이 7만원 뿐이었거든요. 하지만 1년 9개월 정도 사진 찍고 후원 받는 여정을 마치고 ‘이제는 정말 제대로 사진을 찍어도 되겠다’라고 생각하면서 한국으로 돌아올 땐 150만원 정도가 남아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사진을 정말 좋아한단 걸 깨닫고 이름도 <워킹스튜디오>라고 짓게 됐어요.

 

<워킹스튜디오>는 웨딩, 돌 스냅같은 행사 촬영을 많이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항상 고민이죠. 요즘같은 시국에 조금이라도 돈을 벌려면 단가를 낮추고 일을 많이 받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요. 그런데 제 사진의 기본은 항상 고객에게 가치있는 양질의 사진을 제공하는 데에 있거든요. 제 사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 역시 그런 부분을 좋게 봐주셨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에서 감염병이 확산된 지금은 저 자신에게 긍정적인 부분도 있어요.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과 기회를 정말 많이 주고 있거든요.

 

일로서도 그렇지만, 사진을 정말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맞아요. 지금은 절제가 필요할 정도로 하루종일 사진 생각 뿐이에요. 예전에는 스스로가 사진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서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일을 하거나 사진 생각을 하면서 힘들지 않아요.

 

유학, 한국에서의 취업, 세계여행, 그리고 한국에서의 창업까지. 참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오신 것 같은데요.

그런 얘길 많이 듣긴 해요. 하지만 저는 모두가 스펙터클한 삶을 산다고 생각해요. ‘돈이 많아야 해외에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학비는 한국이 더 비싸요. 오히려 ‘정말 돈이 많아야 한국에서 공부를 한다’가 될 수도 있는거죠. 비록 학비는 단적인 예지만, 그래서 저는 모든 사람들의 삶이 스펙터클하다고 느껴요. 사실 그렇게 보면 저도 평범한 사람이에요.

 

 

평범하지 않은 부분도 있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워킹스튜디오> 이정현 작가님의 관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야기의 영감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카메라를 들고 순간을 포착할 때 항상 그 장면에 메세지를 부여해요. 찍으면서, 또는 찍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나면 피사체인 당사자도 그 순간을 돌아보면서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는 거에요. 또, 제가 사진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글쓰기거든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단편 에세이를 몇 개씩 쓰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SNS에 3년동안 올린 게시글이 3,000개가 넘어요. 그래서 사진 작가를 구하다가 제 글을 보고 연락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셔요. 사진은 이야기를 함께 담는 매개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셈이죠.

 

지역 얘기로 넘어가보고 싶어요.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화성시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발전한 삭막한 도심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자연 환경 속에서 살다 보면 사회적 흐름이나 변화를 느끼기 어렵고요. 그 두가지 장단점을 모두 가진 시골같은 정겨운 느낌을 주는 도시를 가장 좋아해요. 그래서 저처럼 매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라면 화성 향남만큼 살기 좋은 곳이 또 있을까 싶어요. 도시의 장점과 시골의 장점을 모두 가졌거든요.

 

화성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신데요. 인천 토박이시라고 알고 있어요.

네 맞아요.  사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화성시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어요. 화성 하면 수원 화성을 먼저 떠올릴 정도였죠. 그런데 지금은 향남을 너무 좋아하게 됐고, 결혼식도 순국유적지인 제암교회 마당에서 올렸어요. 화성시 허가를 받고요. 남들은 돈을 많이 벌면 다른 지역으로 많이들 떠난다는데, 저는 제암리에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소소한 꿈이 있어요.

 

그때까지 화성시에서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성시의 지역적 특성 외에 지역 기반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라고 하긴 어렵겠지만, 잠재적 성장가치가 있는 분들보다는 유명세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 늘 안타까움을 느껴요. 그래서 자신의 일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과 노력보다는 보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것에만 급급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진정성 있는 활동을 이어가는 로컬크리에이터분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아 그 부분이 늘 아쉬워요. 지역사회가 그런 분들을 좀 더 주목하고 소개하는 배경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좋은 콘텐츠를 가지고도 과도한 경쟁 때문에 거기에 전념하지 못하는 일이 많죠.

오늘 인터뷰 전에 어떤 헤어디자이너 분을 뵙고 왔어요. 저에게 “혹시 좋은 사진작가를 더 알고 있느냐”고 하셨는데, “잘 찍는 사람은 많아도 좋은 작가는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어요. 단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사진을 잘 찍는 것도 물론 좋지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이 가격 뿐만은 아니잖아요. 가격을 낮추거나 이벤트를 하는 걸로 고객을 유치한다면 각자가 가진 숨겨진 가치를 보여줄 기회를 잃게 돼요. 그런 부분은 결국 모두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각자가 가진 콘텐츠의 가치가 더 주목받기 위해서 어떤 해결 방법이 있을까요?

저는 정책가가 아니기 때문에 해결책이라고 말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저라도 가치에 좀 더 주목하고 과열된 경쟁의 결과로 나오는 유혹을 떨쳐내기 위해 노력하려 해요. 그렇게 과한 경쟁이 사그라들고 나면 괜히 치고받으며 서로가 피해를 보지 않아도 되거든요. 역설적으로 그런 경쟁에 끼어들지 않는 사람일수록 롱런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요. 비유하자면 주식 같은 문제인데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지역 내에서 만들어가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할 수만 있다면 지역 내 정말 괜찮은 콘텐츠를 가진 로컬크리에이터들의 삶 일부를 제 사진의 방식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자신은 모를 수 있지만 각자의 삶에는 특별한 가치가 있잖아요. 그래서 진정성 있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좋아요. 가난하고 부유하고 그런 문제는 신경쓰지 않고요. 물론 수익성은 부족하겠지만 단순히 돈을 위해 하는 건 아니니까요. 멀리서 찾지 않고 가까운 화성에서부터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또 다른 한가지가 드라마인데 사진, 글, 드라마를 모두 합쳐 만드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기회가 된다면 저희도 함께 좋은 그림을 그려봤으면 좋겠네요. 또 해보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다면 얘기 들어보고 싶어요.

같이 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다른 것들은… 앞으로 또 생길 수는 있겠지만 저는 어려서부터 꿈이 다양하지 않았어요. ‘뭐가 되고 싶다’보다는 ‘내가 어딘가에 가치 있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제가 기타를 친다고 가정할 때, 저보다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은 많이 있겠죠.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곳에 제가 가서 기타 연주를 한다면? 그 때는 제가 가치 있는 연주를 한 게 되듯이요. 영어강사도, 사진작가도, 또는 다른 일을 하게 되더라도 가치 있는 일을 이 세상에 남기고 가는 게 제 꿈이에요. 그래서 지금 하고자 하는 다른 일은 말씀드릴 수 없겠네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역 기반 활동과 관련해 인터뷰를 통해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릴게요.

요즘은 정말 많은 플랫폼이 공존하고 있어요. 분명 각 플랫폼이 좋은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검증된 것과 별개로 돈만 내면 얼마든 좋은, 잘 보이는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죠. 그렇다보니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켜보면 향남에 맛집이 아니라는 식당이 없더군요. 정보를 얻기 위해 플랫폼을 활용하는 건데 검증이 부족한 정보들이 난립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플랫폼의 순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단 느낌도 받습니다. 정보가 없기보단 지나치게 많아서 문제가 되는 거죠. 정말 ‘로컬’과 ‘로컬크리에이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로컬이 보유한 모든 사업체보다는 정말 지역사회에 유익한 곳들을 소개하고 협력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화성시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내실있는 도시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