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잇다] 이희라
마을을 가꿔가는 사람들

반갑습니다! 먼저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마음을 잇다>는 화성 서부에서 사례관리를 하던 사회복지사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에요. 2010년부터 화성에서 사례관리를 하면서 느낀 지역의 문제와 부족한 점을 토대로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여성가족부의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받았고요. 조합원들에 대해 소개하자면 한때는 사회복지사와 사례관리 대상으로 만났던 인연인데, 지금은 자립해서 저희와 파트너가 됐어요. 다르게 말하면 직원인 셈이고요. 그러다 보니 <마음을 잇다>가 사회적 경제 관련 기업이지만 아직까지 사회복지 냄새가 물씬 나는 것 같아요.

 

<마음을 잇다>를 설립하신 계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어요.

마음대로, 보조금이나 지원사업에 비해 중/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복지를 하고 싶었어요. 정작 복지의 대상자이자 당사자인 주민들과 ‘이거 해볼까’ 싶은 마음이 들어 알아보면 여러 이유 때문에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기왕이면 이 동네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사람들과 마음껏 해보자는 취지로 <마음을 잇다>가 시작하게 됐어요.

 

시행착오는 없었나요?

물론 있었죠. 저희는 사회복지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어떤 일은 하다 보니 불법이고, 또 어떤 부분에선 정돈된 집단이 필요한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육성사업과 멘토링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죠.

 

<마음을 잇다>는 사업체잖아요. 물론 지금 구성원들 사이에는 사회복지사와 사례관리 대상이라는 인연도 있었지만, 사업체로서 화성에서 함께하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화성이라는 지역에 사회복지사들이 모였기 때문이에요. 사실 저희 모두가 화성 주민인 건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 화성 송산과 접점은 ‘직장이다’ 뿐이었죠. 그런데 이 마을이 너무 재밌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주민 분들께 자주 말씀드린 내용이 “저희가 이 곳에서 없어진 이후도 생각하셔라”였어요. 정책적인 이유로 저희가 근무하는 기관이 사라질 수도 있거든요. 혹은 직원이 바뀔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정책에 기대지 않고도 주민들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생각한게 저희가 창업을 하는 방법이었어요.

 

사업체인 동시에 마을의 문화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역할도 하는 거네요!

저희 스스로도 기업가라는 생각보다는 마을과 함께 자라나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가끔 혼나지만요.  “아직도 사회복지사냐, 아니면 돈을 버는 사람들이냐”하는 꾸중을 듣거든요. 하지만 남들보다 느릴지라도 재미있게 일하며 다니고 있어요.

일을 좋아하고 재미를 느끼는 것도 정말 중요한 요소죠.

저희는 재미가 없으면 그 사업을 하지 않아요.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사업을 맡게 되면 그 재미, 즉 저에게 필요성이 느껴질 때까지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재미를 찾기 어려우면 동네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게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지에 대해서요. 그 과정에서 동네 분들도 저희를 예쁘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 동네 분들께는 <마음을 잇다>를 창업한 과정에서도 알게 모르게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화성시는 면적이 넓고 문화 접근성의 편차가 심한 지역이잖아요. 화성시에서 활동하시면서 지역의 특징이나 장단점이라 생각하신게 있다면 어떤 부분인지 궁금해요.

제가 약 10년째 다른 분들께 “저는 화성에서도 서부 밖에는 몰라요”라고 말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화성시 안에 여러 행성들이 공존하고 것 같아요. 그만큼 가능성도 많고 잠재된 것도 많은 거죠.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많은 업체들이 존재하고, 원한다면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길이 있어요. 물론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어렵지만요.

 

화성에서 활동을 이어오신지 10년 정도인데, ‘잘 모른다’라고 말씀하신게 인상적이네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어떤 분들은 “화성시는 이렇지~”하고 말씀하시는데, 제가 여기서 화성 서부 지역 이야기를 해도 자기 옆집에서 일어난 일도 잘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거든요.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일이 화장실을 설치하는 일이었어요. 집에 화장실이 없는데 설치하기엔 제약이 많았고, 그래서 집 밖 화장실을 찾아 다니다 다치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이런 부분은 지역 내에서 다수가 겪고 있는 문제지만 얘기를 해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화성 안에서도 다른 지역에 대해 안다고 말하지 못하겠어요.

 

콘텐츠에 대해서도 얘길 나눠보고 싶어요. <마음을 잇다>에서는 다양한 공방 콘텐츠도 운영되고 있잖아요.

가장 먼저 시작했던 냅킨 아트, 천연 밀랍만 사용해 제작하는 밀랍초, 나무를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하게 된 스칸디아모스, 그리고 최근에는 커피 찌꺼기를 이용한 공예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커피박’이라고 불리는 커피 찌꺼기와 송산 포도를 결합한 공예, 더 나아가서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커피박으로 화분을 만들면 화분 그대로 땅에 심으면 한달 쯤 지나면 화분이 녹아서 자연스럽게 땅에 흡수되거든요. 그것처럼 대부분 리사이클링이나 자연 친화적인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는 공예 활동이에요. 앞으로도 친환경적인 공예를 지향하려고 하고요.

 

어쩌다 지금과 같은 공방 콘텐츠를 기획하셨나요?

역시 ‘재밌을 것 같아서’죠. 아이들과, 지역 주민, 노인이나 장애인 분들과 같이 뭔가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커피박이나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제품들은 더 새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보통 장애인을 채용하는 일자리는 포장이나 짐만 나르는 일이 많아요. 그런데 밀랍초, 스칸디아모스, 커피박을 활용해 뭔가를 만들 때는 그 분들이 주체가 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콘텐츠를 가진 공방과는 협업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는데, 지금은 대관료나 수수료를 받지 않아요. 공간을 통해 <마음을 잇다>, 지역 주민, 지역 공방들이 상생하는 형태를 만들어가고 싶어서요.

교육 콘텐츠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그 소개를 들어보고 싶어요.

앞서 말씀드린 공방 수업 시간에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 지역 엄마들이 많이 계셔요. 그 중에 수업을 듣고 “내가 강사가 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데 이 마을에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많이 없어요. 거리가 멀다 보니 외부 강사를 불러오기 어렵고, 학교 선생님들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들에게는 그만큼 기회가 줄어드는 거고요. 그런데 엄마들이 학교에 나가서 수업을 한다면 엄마들은 일자리가, 아이들은 새로운 배움의 기회가 생겨서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시작하게 된 거죠. 지금은 여러 시설에서 교육 프로그램 강사가 필요할 때 저희에게 연락을 하기도 해요.

 

젠더 관련 교육도 많이 진행되는 걸로 아는데, 맞나요?

교육이 확대되면서 학교 뿐만 아니라 복지기관, 보호시설, 아동센터에서도 진행하게 됐어요. 물론 그만큼 강사로 나가시는 분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됐고요. 그 과정에서 젠더나 인식에 대한 교육도 자연스럽게 진행하게 됐어요. 공예는 치유의 힘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공예를 매개로 작게는 관계 형성부터 크게는 일자리와 교육 프로그램까지 만들어낼 수 있던 거죠.

 

공예가 만들어낸 선순환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마음을 잇다>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마음을 잇다>가 여성가족부의 인가를 받고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면서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마찬가지로 여성의 건강권이 저희의 비전이 될 수 있겠죠. 그렇지만 여성에만 한정되는 얘기는 아니에요. ‘여성의 건강권’이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제가 생활복지사로 일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 엄마가 건강을 잃고 가정이 흔들린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아프면 아빠도 직장생활이 불투명해져요. 일에 쏟던 에너지를 가족에게 써야 하니까요. 그렇게 엄마가 쓰러지고 줄지어 가정이 흔들리는 모습을 약 18년동안 사례관리 현장에서 계속 봐왔어요. 그래서 지금의 <마음을 잇다>가 말하는 ‘여성의 건강권’은 비단 여성 뿐만 아니라 가정, 그리고 구성원 개개인의 정신·신체적 건강을 지키기 위한 한 부분이에요.

 

그렇다면 <마음을 잇다>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또는 만들고 싶은 콘텐츠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미 다 정해져 있어요.  마을을 만드는 게 <마음을 잇다>의 꿈이자 저의 목표에요. 지금의 <마음을 잇다>가 하고 있는, 그리고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일들을 모여서 할 수 있는 마을이요. 2천평 정도 되는 땅에서 어르신들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고 장애인들이 주체가 되어 농사를 짓는, 그리고 거기서 수확한 결과물로 공방이나 체험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마을이 <마음을 잇다>가 꿈꾸는 10년 뒤의 모습이에요. 그 떄가 되면 저는 임기가 있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이사의 자리에서 우아하게 공예 활동을 하며 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통해 전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 큰일 났네요. 이런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한가지가 ‘기업은 마을에서 커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에요. 누군가는 “네가 아직 기업가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기업이 마을에 들어간 순간 마을과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요. 설령 그게 산업단지라 하더라도요. 그러니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마을 안에서 마을과 함께 성장하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만 안정적인 기업이 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저희 팀원들 모두가요. 로컬을 사랑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계신 분들 모두 마을과 함께 커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