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 장동선
도시와 함께하는 문화공간

 

안녕하세요! 먼저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화성시 안녕동에 디자인·건축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장동선입니다. 동시에 건축디자인 스튜디오의 공동 대표이기도 하고요. <소다>는 행정상 미술관이고, 별도의 스튜디오도 운영되고 있어요. 저는 <소다>에서 운영을 맡고 있고요.  공공 단위의 건축 프로젝트들도 함께 맡고 있습니다.

 

 

미술관과 건축디자인 스튜디오가 함께 운영되는 구조인 셈이네요.

네. 원래는 흔히 ‘건축사 사무소’라고 말하는 건축디자인 스튜디오였는데 젊은 창작자들을 위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그들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에서 지금의 <소다미술관>이란 공간이 시작됐어요. 원래 찜질방이었던 건물을 새로 가꾸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어요. 지역에서는 빛나는 존재가 되는 동시에 청년 창작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여러가지를 기획하다 보니 지금은 행정 분류에 의해 미술관이 됐죠. 사실 그래서 <소다>를 미술관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은데, 설명하기 어렵고 복잡하지만 청년들이 찾아올 수 있는 문화공간이에요.

 

<소다>가 안녕동에 자리잡게 된 이유도 궁금해요.

안녕동은 역사가 오래된 부도심이에요. 조선 정조 임금 때부터 주거 지역으로 활성화돼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신규 인구 유입은 인근의 동탄에서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도시라고 말하긴 어렵죠. 그래서 안녕동을 더욱 젊게, 새롭게 만들기 위해 어떤 콘텐츠가 필요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저희가 할 수 있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젊은 창작자들을 모아 전시나 행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게 <소다>의 시작이고요.

 

지금까지 안녕동은 많은 문화콘텐츠가 모이지 못했잖아요. 그래서 <소다>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시행착오… 지금까지도 그런 것 같은데.  목욕탕을 변형해 문화예술공간을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반기고 좋아할 줄 알았거든요. 현실은 그렇지 않았죠. <소다>를 처음 시작할 때 뭔가를 하기 위해 행정기관에 문의하면 다른 행정기관에 문의하라는 뉘앙스의 답을 받았어요. 또 <소다>는 기획 전시를 지향하고 기획자를 키워나가길 원하는데 사립 미술관을 개관하기 위해서는 소장품들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부분도 힘들었어요. 좋은 취지와는 별개로 “왜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느냐”는 거죠. 하지만 소장품을 구매해 모으는 대신 전시 기획자를 고용하는 데에 비용을 들였어요. 그래서 개관 자체도 의도보다 늦어졌죠.

 

사립 미술관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었나요?

인식이요. 미술관을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에는 국·공립 미술관에 대한 생각이 섞여 있어요. 그러다 보니 사립 미술관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관람하는 것에 조금은 박한 거죠. 관람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전시를 위해 예술가를 만나도 반응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어요. ‘화성에 전시를 하려 한다’고 말하면 “어디요?”하는 분들도 계셨죠. 전반적으로 젊은 인원으로 구성된 팀이 기획 전시를 한다는 것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요. 어쩌다 보니 안 좋은 얘기만 하고 있네요.

 

그렇다면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나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 <소다>에서는 1년에 3~4번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요. 사립 미술관에 한해서는 그만큼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찾아주시는 분들 중에 “다음 전시 언제 하나요”하는 식으로 새로운 전시를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이 계셔요.

 

다른 것보다도 ‘미술관’이기 때문에 지역 정착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신 부분도 많을 것 같아요. 무엇이 있었나요?

화성은 생각보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도시에요. 동탄을 예로 들자면 한시간이면 서울 원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같은 콘텐츠라면 서울에 가서 보면 되지 화성에서 볼 마음이 들지 않는 거죠. 전시를 보고 나와서 즐길 콘텐츠가 화성에는 부족하니까요. 그래서 서울 강남, 혹은 미국 뉴욕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를 <소다>에 펼치겠다 생각했죠. 나라도 그 정도는 돼야 입장료를 내고 볼 마음이 생기겠다 싶었거든요. 그렇게 <소다>가 공간과 기획에 더 많은 노력을 들이면서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반응도 좋아졌어요.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많이 달라졌겠네요!

처음에는 관람객의 70% 정도가 서울에서 찾아오신 분들이었어요. 지금은 60~70%가 화성에서 오신 분들이고요. 그것도 가족 단위로요. 조사를 하면서 느꼈던 건데, 화성은 3~4명 규모의 가족이 많아요. 그래서 당시 <소다>가 의도한 바는 ‘평일에도 가족들이 편하게 보고 갈 수 있는 미술관’이었어요. 어느 정도 성공했던 거죠. 그리고 요즘은 또 젊은 연인들이 <소다>를 많이 찾는데, 그런 부분들이 재미 있고 흥미로운 변화라고 생각해요.

 

화제를 잠시 바꿔서, ‘로컬’이란 단어가 요즘 다양한 곳에서 쓰이고 있어요. 관장님께서는 로컬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20대를 미국에서 보냈거든요. 그 당시에 미국에서 접한 ‘로컬’이란 개념을 아주 단순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로컬기반’ 사업을 하다 보니 갈수록 복잡해지는 느낌이에요. 물리적인 거리인지, 혹은 각자가 심적으로 느끼는 로컬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거죠. 저는 좋아하는, 가고 싶은 곳들이 전부 내 로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딘가 자주 가는 곳에 들르면 집 주변에 롯*리아나 스*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받지 못하는 느낌을 주는, 빛이 나는 공간들을 찾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런게 저에겐 로컬이지 않나 생각해요.

 

로컬 기반 활동들이 좀 더 주목받기 위해서 필요한 건 무엇이 있을까요?

<소다>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이 하시는 질문이 있어요. “(전시를 보고)어디 가야 돼요?” 에요. <소다>는 놀이공원이 아니기 때문에 몇시간이고 사람들을 붙잡아둘 수 없어요. 그럴 때 ‘골목’이 정말 좋은 건데, 같이 방문할 곳을 어렵게 찾지 않아도 되잖아요. <소다>는 이미 미디어를 통해 많이 조명받았지만, 이 곳을 찾아오신 분들이 함께 가면 좋을 곳을 소개하는게 쉽지 않은 거에요. 그래서 ‘로컬 큐레이션’이란 이름으로 주변의 빛나는 공간들을 함께 찾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일종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봐도 될까요.

그렇죠. 저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바라는 점이 없어요. 예전에 인상깊게 본 후기가 있는데, 결혼하면서 동탄으로 이주를 한 이후로 너무 힘들었는데 인근 지역에 <소다> 같은 곳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거에요. 그렇듯 좋은 곳이 있으면 찾아가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로컬 비즈니스는 좋은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특히 청년들이 운영하는 곳은요. 지역기반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그런 사업체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번엔 긍정적인 얘기를 해볼까요? <소다>를 통해 만들어가고 싶은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혹은 10년 뒤의 <소다>를 상상해본다면?

안그래도 요즘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요. <소다>는 기존의 것들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해요. 안 되는 일에는 변화가 필요한 거죠. 그래서 10년 뒤는 너무 멀고, 내년이나 내후년 <소다>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얽매이기보다는 이 곳에 일하는 기획자 그룹을 꿈꾸고 있어요. 자유롭게 기획하면서 다른 형태로 확장될 수 있게요. 레퍼런스로 생각하는건 ‘마을호텔’이에요. 저희는 인포메이션 센터의 역할을 하고 도시 전체가 전시장이 되는 거죠. 전시회만 소개하는 큐레이터를 넘어서 마을을, 도시를 소개하는 존재가 돼서요.

 

 

인터뷰를 통해서 전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자유롭게 부탁드려요.

저는 연대가 답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간 지역기반이라는 이름으로 추구했던 연대들은 실패했어요. 지역기반으로 뭔가 하고 계신, 하고 싶은 분들은 주위를 돌아보며 함께할 방법을 모색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바쁘고 힘들다는 이유로 그러지 못했지만요. 그 외에도 필요하다면 지원사업을 받는다거나 자생과 오래 지속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그런 사람들끼리 상생의 형태를 만들어야죠. 물론 이 부분은 <소다>도 같은 고민이 있어요. 답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렇게 하셔라’하고 말을 남기긴 어렵기도 하고요.